김장철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김치를 사서 먹는 집이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장은 ‘겨울철 반(半) 양식’이라고 해서, 겨우살이를 앞두고 각 가정에서 치르는 큰 행사였습니다.
 김치의 역사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문헌에 김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약 3000년 전 중국의 ‘시경(詩經)’입니다.  ‘밭두둑에 외가 열렸다. 외를 깎아 저(菹)를 담자’는 구절이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저(菹)’가 바로 김치인 것입니다. 또한 ‘여씨춘추(呂氏春秋)’에도, ‘공자가 콧등을 찌푸려가면서 저(菹)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문헌에는 김치를 단순하게 ‘저(菹)’라고만 했으나 우리는 ‘지(漬)’라고 불렀으며, 오늘날의 ‘생지’, ‘묵은지’, ‘신지’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김치 담그기를 ‘감지(監漬)’라고 했으며,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고춧가루나 젓갈, 육류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은 것은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재배되면서라고 보는데, 1766년 유중임(柳重臨)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고춧가루를 사용한 오이소박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816년(순조 16)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김장 담그는 모습이 있습니다.

           무우 ·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다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鹹淡)을 맞게 하소.
            고추 · 마늘  ·생강 ·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요.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당시에는 김치항아리도 정성을 다하여 만든 것이라야 김치가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해서, 우수 · 경칩이 지나 땅이 풀린 직후의 흙을 빚어서 이른 봄에 제일 처음 구운 독이라야 잡내가 나지 않고 단단하다고 했습니다. 또 김치를 잘 관리하자면 얼지 않고 시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래서 ＜농가월령가＞에서는 김치항아리를 짚에 싸서 깊이 묻어 온도의 변화를 막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김치냉장고’라는 전자제품이 나오고 부터는 집집마다 김치항아리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또한 김치재료인 채소가 계절의 제한을 크게 받지 않고, 인구의 도시집중과 아파트 생활자의 증가에 따라서 옛날처럼 많은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일이 적어졌으며, 아예 김치를 사서 먹는 세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1년 중 가장 큰일로 보았던 김장 담구기는 편리할 때 조금씩 담그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김치 담그는 날이면 집안 여자들이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하고, 돼지고기 수육에 그날 담은 김치를 올려서 점심을 먹던 세시풍습도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라지는 세시풍습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전통음식인 김치를 지금도 먹고 있는 자체만을 고마워해야 하는 시점까지 와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