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유시일 행정복지국장이 퇴직을 앞두고 그의 첫 번째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유시일 문경시 행정복지국장

서정시 95편이 담긴 유시일 국장의 시집 <흔적>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작가가 살고 있는 문경의 자연과 일상, 내면의 흩어진 생각을 모아 풍성하고 다양한 변주를 담아내고 있다.

유시일 국장은 책머리에서 “순간 스쳐가는 느낌들을 놓치지 않고 짧게 쓴 글들이 이렇게 쌓여 모음집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별것도 아닌 내 감정의 기록물이다”라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밀한 삶 속에는 참 아름답고, 기쁘고, 행복한 것만 있지 않으며 그 반대도 동시로 존재한다”며 “그래서 살아온 여정이 빛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무리가 가까워지는 지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픔도 아름다웠다”라고 말했다.

그의 시는 마치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삶에 있어 느껴왔던 감정을 따사롭고 정감있게 솔직한 글로 표현했다.

유시일 국장은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연계동)가 고향이며, 청화초등학교, 청암중학교, 철도고등학교 토목과를 졸업하고 철도청, 점촌시청을 거쳐 현재 문경시청에 재직중이다. 2010년에 상주시에 파견돼 1년간 일자리경제과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     시집 <흔적> 표지

   배추전

초겨울 비가 내리든

눈이 내리는 날이든

이런 날엔 날궂이가 제격이다

많은 것도 필요치 않다

배추 잎에 밀가루 약간과

탁배기 한 병이면 된다

인생도 기름을 쳐야

세상이 잘 돌 듯이

둥근 후라이펜에 기름을 붓는다

묽게 갠 밀가루 반죽에

배추 잎 하나를 적신 후

자글거리는 기름 위로 얹는다

배추는 그 뜨거운 기름을 

몸 안으로 빨아들이며

단맛을 내 뿜는다

그러다 공중 묘기 있을 때마다

노릇노릇 고운 색으로

고운 향으로 익어간다

노란 양은 잔에 탁배기 한잔과

먹기 좋게 쭈욱 찢은

뜨거운 배추전을 안주로 하니

맛이 세월을 넘어왔다

향기도 세월을 넘어 왔다

거친 손으로 전을 찢어주시던

어머님의 그 기억을 달고

                             (201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