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暮)‘는 저문다는 뜻으로 세모(歲暮)는 섣달그믐을 달리 부르는 말입니다.
또한 웅안생(熊安生)⸳황간(皇侃)의 『예기의소(禮記義疏)』 권25 「월령(月令)」에는, “주(周)나라 때는 세모(歲暮)에 길[行]에 제사를 지냈으니, 길은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는 곳이고, 세모도 오는 해와 가는 해가 교차하는 때라서 이렇게 제사를 지낸 것이다(周於歲暮實祀行 蓋行者往來之道 而歲暮亦往來之交 故於此祀之).”라고 하였습니다.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녘에 여러 가지 상념(想念)중에서 잠시 올 한해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우선 나라에 우여곡절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3년 동안 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코로나 19’가 지금까지 정복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변종(變種)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니 우울한 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도 예사롭지 않은 일입니다. 올해 들어 화성 17호 미사일 발사 1회,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2회, 화성 12호 미사일 발사 1회, 순항미사일 발사 2회,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6회 등을 통해서 미국과 우리나라를 싸잡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절대 권력을 손에 쥐고 미사일 개발과 핵개발로 고무되면 위험한 불장난을 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한미동맹(韓美同盟)’이나 ‘한미일동맹(韓美日同盟)’이 굳건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안보(安保)는 우리 스스로가 준비해야 한다는 국민속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장기집권을 장담했던 정부가 무너지고 대통령이 새로이 바뀌었으나, 소수의 여당 의원과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자기들 코앞의 이익만을 보면서 싸움질로 나날을 보내고 있고, 이에 부채질하듯이 좌파(左派)와 우파(右派) 지지자들이 연일 서울 한복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국가 기강(紀綱)이 해이해진 모습도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가 양분(兩分)되어 진영논리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런 일들이 저무는 해와 함께 조용히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도 우리 상주는 청정지역이어서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있는 듯 합니다. 우선 추진력이 넘치는 임이자 국회의원과 재선에 성공한 시장이 손을 맞잡고 굵직굵직한 지역개발사업을 박력있게 진행하고 있고, 시의원과 도의원들도 서로가 합심하는 모습이어서 듬직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필자 자신도 후반기 생애에서 마무리를 잘 한 한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정년퇴임할 무렵. 나머지 시간들을 ‘고향의 역사 문화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주변 지인(知人)의 권유로 상주문화원(尙州文化院) 수장(首長)이 되어, 그 속에서 지인들과 함께 12년 동안 후회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12년 동안 남긴 자취 속에는 ‘상주전국민요경창대회’의 품격을 ‘대통령 상’으로 격상시켰던 일, 상주의 자랑인 훌륭한 선인(先人)들을 천양(闡揚)하는 ‘학술대회’를 13회 개최하였고, 상주 최초의 인문학강좌인 ‘금요사랑방’을 개설해서 10년 동안 매달 2회씩 시민들과 함께 상주의 역사문화를 공부했고, 23회나 출강한 일들이 신선한 바람처럼 뇌리를 스칩니다. 그래서 지난 10월에는 정부(政府)가 「옥관문화훈장(玉冠文化勳章)」을 주어서, 문화원장 퇴임을 영광스럽게 마감한 일들이 떠오릅니다. 또한 경북문화원연합회에서 상주문화원이 ‘2022년 최우수문화원상’을 수상한 일도 고마움을 더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계묘년부터는 고향 상주의 문화발전에 미력(微力)이나마 보태야 하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연일 기록을 깨는 영하의 날씨가 임인년(壬寅年)의 세모(歲暮)를 재촉하고, 그 냉기(冷氣)가 우리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신문」 애독자와 상주시민 모두는 지금까지처럼 무탈하게 임인년의 마지막 세모를 잘 보내고,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의 희망(希望)들도 힘차게 설계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