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도 지나니 추색(秋色)이 더욱 완연하다.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서 11월 3일 새벽에 원주까지 배웅을 갔다. 원주시 문막면 반계리 1495-1에는 나이 800살이 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가을을 붙들고 있었다.
▲ 원주 반계리의 수령 800년된 은행나무 사진. 관암(觀菴) 김철수 2023.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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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보호받고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무이다. 키는 34.5m, 밑둥치의 둘레는 15m,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는 17m이며, 동서로 38m, 남북으로 31m 펴져 있다. 800살을 먹었지만 청년같은 몸체를 자랑하고 있다.
나무 밑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노랑색과 초록색의 조화가 아름답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하나가 된 은행잎은 몽환적이다.
옛날에는 이 은행나무를 지키는 큰 흰 뱀 때문에 곤충과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였고, 아이들이 나무위에서 놀다가 떨어져도 흰 뱀이 크게 다치지 않도록 돌보아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안내판에는 성주 이씨의 선조가 심은 것이라고 하고, 길을 지나던 대사(大師)가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란 것이 지금의 ‘반계리 은행나무’라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다시 또 만날지는 모르지만, 올해 만난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80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웅장한 가지를 펼쳐서 드리운 그늘 아래 서니, 세상사(世上事)의 잡다(雜多)한 번뇌(煩惱) 정도는 내려놓아도 좋다 싶을 만큼 정신을 정화시키는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은행나무 때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내가 아침 8시에 도착했는데 임시주차장까지 차가 가득했었다. 그리고 은행나무를 둘러싼 인파 때문에 마음먹은 구도(構圖)를 편안하게 잡지를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니 가급적 일찍 평일에 방문하면 은행나무도 우리를 더 따뜻하고 조용하게 맞이할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은행나무를 5바퀴 돌고는 내려오다가 문경에서 가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토리묵밥 전문점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왔다.
바쁘게 가고 있는 가을을 따라 가다가, 은행나무로부터 멋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원주시 반계리 은행나무 photo by. 관암(觀菴) 김철수 2023.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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