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원연합회 편집주간  김 철 수 박사

  71년 전 오늘(7월 27일)은 6.25전쟁의 정전조인식(停戰調印式)을 한 날입니다. 정전회담(停戰會談)은 협정문서 서명까지 2년이 넘도록 지루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회담하면서 싸웠고, 싸우다가 또 회담장에 마주앉기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1951년 6월 30일에 유엔군 총사령관인 리지웨이(Ridgway) 장군이 김일성과 펑더화이(彭德懷)에게,

  “상부의 명을 받들어 귀 군(軍)에 통지한다. 나는 귀측이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 모든 적대행위와 무력행동을 정지할 것을 토의하기 위한 회의를 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표를 파견해 귀측과 협의하도록 하겠다. 회의 장소는 원산항에 정박 중인 덴마크 병원선을 제의한다.”

고 연락했고, 7월 1일에 김일성과 펑더화이(彭德懷)도 조선인민군 총사령관과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명의로 

  “우리도 군사행동 정지와 평화 건립 담판에 동의한다. 귀측대표와 만날 용의가 있다. 장소는 38선 이북의 개성지구를 건의한다. 동의하면 1951년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우리 대표가 귀측 대표와 만날 준비를 하겠다.”

라는 답을 보내와서 정전회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전회담의 중국측의 공식 대표는 덩화(鄧華)였지만 실세는 중국지원군의 참모장이었고 정치위원이었던 셰팡(解方)이었으며, 마치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했던 카시우스 처럼 야위고 창백한 몰골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측의 수석대표는 터너 조이(C. Turner Joy) 제독(해군 중장)이었습니다. 조이 제독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아시아 함대에서 초계정 함장으로 복무했던 인연으로 유엔군 측 수석대표가 되었습니다. 조이 제독은 ‘해군의 지장(智將)’이라고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정전회담에서, 공산군 측이 ‘땅을 더 주겠다’고 제안하자, 조이 제독은 북한의 코앞에 있는 ‘서해 5도’의 전략적 가치를 간파하고 ‘서해 5도’를 요구해서 성사시켰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서해 5도의 최전방에서 우리 해병들은 조이 제독의 교훈에 따라 “육지는 잃어도 바다(섬)를 잃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7월 27일 당일 정전조인(停戰調印)은 12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대표들은 악수도 하지 않았고 기념사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정전회담을 마친 터너 조이(C. Turner Joy) 제독은 ‘공산당이라면 진저리가 난다’며, 

  “담판에서 공산당의 행동이 어땠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한마디로 전술(戰術)과 책략(策略) 외에는 성의(誠意)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저들과 상대하려면 인내(忍耐)가 유일한 방법이고, 타협(妥協)은 금물(禁物)이다. 타협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고 했습니다. 또한 중국측 대표 셰팡(解方)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인물로 특히 협상(協商)에 능해서 ‘동북군(東北軍)의 제갈량(諸葛亮)’이라고 하는 인물이었으나, ‘서해 5도’의 전략적 가치를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정권 때부터,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무장 해제를 위한 엄청난 도박이 시작되었고, 비무장지대에 숱한 평화를 상징하는 꽃들을 심었으나 북쪽의 냉기(冷氣) 때문에 한 송이도 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 본토와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큰일 입니다. 건국대의 신복룡 석좌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에는 ‘수치’란 용어가 없어지고 겸손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 활개 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의롭지 않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지식인의 시름이 깊어진다. 『삼국지』에서 얻어서 마음의 지표로 평생 간직하는 가르침이 있다. ‘교만은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만한 사람은 후회를 모르더라.”